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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가까워졌지만, 마음은 멀어졌다
21세기,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 세계에서 살고 있다. 인터넷과 글로벌 물류, 국제 무역의 발달로 지구 반대편의 일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으며, 다른 나라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배우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국가 간의 경계는 더 분명해졌고,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는 보호무역주의와 민족주의적 경향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세계 시민이라는 말은 추상적 구호처럼 들리기 시작했고, ‘우리만 잘 살면 된다’는 이기적 태도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일수록 필요한 것은, ‘세계는 하나’라는 관점에서 타자와 함께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교육이다. 특히 역사 수업은 학생들에게 세상의 복잡한 흐름과 다양한 민족, 문화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다. 단순히 우리나라의 발전사나 민족적 자긍심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구 공동체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시야와 가치를 심어주는 것이 이제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민족주의 중심 역사 교육의 한계
오랜 시간 동안 각국의 역사 교육은 ‘국가 정체성 확립’이라는 명분 아래 민족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이는 때로는 침략에 저항한 역사, 국민의 투쟁, 문화적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긍정적 기능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교육이 타 민족과의 관계를 적대적 시각으로 단순화하거나, 자신들의 문화가 우월하다는 편견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흐를 때 생긴다.
예를 들어, 제국주의 시기의 유럽 국가들이 자신들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아프리카·아시아 국가들을 야만적으로 묘사하거나, 일본이 자국의 침략 전쟁을 ‘해방 전쟁’으로 포장하는 방식은 역사 왜곡이자 민족주의 교육의 폐해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 역시 과거사 교육에서 일본의 침략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시대적 맥락을 파악해서 미래를 위해 해야 할 바를 구상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무조건적인 반일 감정만을 자극하는 식의 교육은 건설적이지 않다.
이처럼 민족주의적 역사 교육은 청소년들에게 협력보다 갈등, 공존보다 경쟁을 우선하는 세계관을 형성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런 시각은 글로벌 이슈를 공동의 문제로 바라보는 데 방해가 된다.
세계 시민 교육이란 무엇인가?
**세계 시민 교육(Global Citizenship Education, GCED)**은 유네스코가 주도하는 글로벌 교육 방향으로, 인권, 평화, 지속 가능한 발전, 다문화 이해를 중심 가치로 삼는다.
세계 시민이란 단지 국경을 넘나드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민족과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인류 전체의 문제에 연대의식을 가지고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을 말한다.역사 교육이 이러한 세계 시민 양성을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인간 사회의 과거를 통해 현재를 해석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 속 수많은 갈등과 화해, 침략과 저항, 협력과 공존의 사례들은 학생들이 인간의 본질과 사회적 흐름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배우면서 ‘국가 이기주의’가 어떤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지를 인식할 수 있고, 세계 인권선언의 맥락을 통해 인류 보편 가치의 의미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역사 수업에서 세계 시민 교육을 실천하는 방법
이제 학교 현장의 역사 수업은 ‘시험 대비용 암기 과목’이 아니라, 미래의 시민을 기르는 장으로 변모해야 한다. 다음은 실제로 적용 가능한 수업 방법들이다.
1. 다각적 시각을 반영한 역사 서술
한 사건을 ‘우리’의 관점만이 아닌 ‘그들’의 관점에서도 바라보게 한다.
예: 임진왜란을 배울 때 일본에서는 이를 어떻게 가르치는지, 명나라 입장에서는 어떤 국제 질서였는지 비교해보는 수업2. 세계사와 한국사의 연계 수업
조선시대, 고려시대만을 따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당시 세계 흐름과 어떤 연관이 있었는지 연결해서 가르치는 방식
예: 실크로드, 대항해 시대, 냉전 체제 등에서 한국이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살펴보기3. 공동 프로젝트 학습
국제적 이슈를 주제로 팀을 나누어 조사하고 발표
예: 기후 변화, 난민 문제, 국제 전쟁과 평화 협정 등을 역사적 흐름 속에서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4. 타문화 공감 활동
타 문화권의 기념일, 역사적 인물, 고유한 역사 사건 등을 조사하고 직접 발표하거나 롤플레잉 수업으로 체험
이런 접근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협력할 수 있는 문화적 민감성과 역사적 통찰력을 동시에 키워준다.
세계 시민을 기르는 역사 교육, 평화로운 미래를 위한 선택
미래에 살아갈 다음 세대는 세계 시민으로 살아가야 한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지식뿐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태도와 가치관이다.
역사 수업은 단순히 연도와 인물을 암기하는 과목이 아니라, 과거의 인간 군상 속에서 오늘의 문제를 비추고 내일을 구상하는 거울이어야 한다. 민족 중심의 협소한 시야에서 벗어나, 인류 전체의 서사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세계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그것이 우리가 지금 역사 교육에 기대해야 할 진정한 역할이다.
국경을 넘는 연대, 문화를 뛰어넘는 공감, 세대와 민족을 아우르는 책임감을 갖춘 시민. 그런 세계 시민이 되는 길은, 바로 ‘역사 수업’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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